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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강녕하신지요.
뱀 요괴
카논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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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공격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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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된 책
2. 목걸이

분명 깊이가 느껴짐에도 소녀는 나이에 비해 매우 어려 보였습니다. 마치 세월을 거스르는 것처럼말이죠. 소녀는 누가 보더라도 '요괴'라고 할 수 있는 외관과 분위기를 지녔습니다. 특이하게도 소녀의 왼쪽 눈은 흰자가 까맣게 물들어 있으며 소녀의 보랏빛 눈동자는 한없이 깊어, 보고 있자면 마치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소녀는 백사, 그 자체였습니다. 피부는 희다 못해 창백해 보일 지경이었고 몸의 곳곳에는 보라색 뱀 문양이 새겨져 있었지요. 목 중턱까지는 내려오는 긴 혀를 가졌으며 머리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귀 역시 없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대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는 모양이네요. 보랏빛이 도는 소녀의 긴 백발은 마치 종이처럼 층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머리가 더 자라지는 않는 듯 항상 그 길이, 그 빛깔을 유지하곤 했죠. 언뜻 보면 단순한 백발인 것 같이 보이다가도 드문드문 보랏빛 머리카락이 스치곤 했습니다. 체구는 비교적 아담한 편에 속했습니다. 특별히 키가 작은 것은 아니었지만 뼈가 얄쌍한 편에 속했으니까요. 차림은 비교적 튀지 않게끔, 깔끔하고 단정하게 입고 다녔습니다. 거의 모범에 가까운 그대로 말입니다. 그에 걸맞게 소녀의 행동거지 역시 단정했습니다.
소녀는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본인의 분신인 커다란 뱀을 몸에 두르고 다녔습니다. 그 백사에게서는 소녀와 똑같은 향과 분위기가 느껴지고는 했죠.


[자연친화적], [포용력이 넓은], [이성적인]
[이성적인]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마 두견새야. -이에야스-
소녀는 언제나 침착하고, 신중했으며 절제 미가 뛰어났습니다. 그 어떤 일이 일어 날 지어도 동요하지 않는 성격을 가졌지요. 아니, 정확히는 교육을 받았다고 할까요. 소녀는 '뱀 요괴 마을' 에서도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는 오로치(커다란 뱀) 가문의 백사로, 영적인 존재로 취급받아 마을 안에서 숭배받았습니다. 전해지는 속담 중에 오로치는 대지진마저 일으킬 수 있다는 말까지 있으니까요. 어찌 보면 단순한 '상징적인 존재' 일지도 모르지만, 그 상징의 이미는 뱀 요괴 마을에서 생각보다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인간의 형상을 갖추는 건 뱀 요괴라고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점점 큰 기대를 받게 되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려 하다 보니 누구나 거쳐갔던 어린 시절의 철없음은 소녀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오로치 가문 내에서도 한껏 기대가 높았으니까요. 물론 현재도 요괴들 중에서는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옛날인 꼬꼬마 시절부터 항상 차분하게, 누구보다 어른스럽게, 그들의 기대를 부응할 수 있도록. 그렇게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말속의 깊이감도 분명 이러한 이유 때문이겠네요.
어쩌면 안타까워 보이나요? 글쎄요. 확실히 이 성격을 천성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은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소녀의 일부분이 된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자연친화적]
반딧불 하나가 내 소매 위로 기어오른다. 그래, 나는 풀잎이다. -이싸-
소녀는 자연을 사랑했습니다. 사실 동물이라면 그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요? 뱀이라는 이유로 경계당해 많은 동물과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자신이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여린 동물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소녀의 곁에는 꽃과 나무가 있고, 하늘과 바다가 있기에,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소녀는 한 번도 인간세계에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떠한 문화를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항상 전해 듣는 걸로 족했습니다. 종종 들려오는 소문 중, 인간이 자연을 많이 파괴되었다는 말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자연은 분명 죄가 없을지어데, 어째서 그들을 파괴시키는지 그들의 일상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자연은 신이며, 진리에 가깝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자연이 없었다면, 이 세상은 아무것도 없을테지요. 그렇기에 인간에 대한 편견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있어 '뱀'은 악한 존재일지 몰라도, 이 세상의 진정 악한 존재는 '인간'이라고까지 생각했죠. 소녀는 궁금했습니다.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들인지, 어째서 자연을 함부로 다루는지. 인간세계의 모습이 궁금해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자신의 발로 들어와 시로사마 고교에 입학합니다.
하지만 외부인의 발걸음은 거의 닿지 않았던 탓일까요. 시로사마 섬은 꽤나 적적하고 평화로운 곳이었습니다. 건물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고 있었으니까요. 눈이 내린 섬의 경치는 아름다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런 섬 안에서 다양한 음양사, 요괴분들과 함께 지내며 편견은 전보다 얕아졌을지도 모르겠네요.
[포용력이 넓은]
고통은 끌어안아야 비로소 누그러드는 것이다. -타네다 산토카-
소녀는 세상 일에 달관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항상 이성적이고 침착했던 덕분일까요, 무언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 또한 남달랐습니다.
"세상이 제 마음처럼 흘러가면 어찌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그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언젠가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그대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러니 한 번쯤은 달게 품어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 이러한 말을 자주 입 밖으로 뱉는 모양이네요.
종종 다른 요괴 혹은 동물들은 소녀와 대화하면 재미없다는 말도 적지 않게 듣곤 합니다. 누군가의 실수, 혹은 고통까지 끌어안아주는 포용력. 어찌 보면 배려심이겠지만 오히려 독이 되는 순간도 분명 올 것입니다. 소녀 본인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부터 뱀의 마을의 높은 자리에 앉아 있던 기간이 적지 않아서 일까요. 모두를 품고 이끌어 가려는 욕심은 버릴 수 없는 모양입니다.


1
오로치(큰 뱀, 大蛇 )가문: 일본의 산 등지에 사는 거대한 뱀의 총칭입니다. 뱀은 전 세계적으로 영적인 존재로서 숭배되었으나, 거대해진 오로치는 땅의 영( 靈)으로서 힘이 특별히 강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간세이 4년에 시마바라의 영주가 운진다케 기슭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때의 일입니다. 두 마리의 오로치를 발견하고는 그중 한 마리를 죽였더니, 나머지 한 마리가 전답을 황폐하게 만들고 거기다 대지진마저 일으켰다는 전설이 일본 전국에 걸쳐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환상동물사전)
전답을 황폐하게 만들고 대지진마저 일으켰다는 건 비록 전설에 불가하지만, 오로치 가문은 실제로 존재합니다. 뱀 요괴 마을 안에서도 다양한 가문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땅의 영으로서 특별한 힘을 받은 오로치 가문은 실질적인 우두머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녀는 희귀성이 뛰어난 양 쪽 눈 색이 다른 백사로, 처음 나타났을 때 뱀 요괴 나라는 꽤나 시끌벅적했습니다. 그로 인해 뱀 요괴 마을 안에서 영적인 길조의 존재로 숭배받곤 했죠.
탄생일: 소녀의 정확한 탄생 일자는 그 누구도, 자신조차도 모릅니다. 자연스레 발현해서 생겨난 요괴의 탄생일을 정확히 유추하기 어려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소녀의 머릿속의 첫 기억이 새하얀 눈 밭을 헤쳐가던 것임을 기반으로 음력 1월 1일을 탄생일로 잡아 오로치 일족의 기념일로 삼고 있습니다. 물론 소녀는 뱀 요괴 나라에서 숭배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말린 도롱뇽, 쥐, 돼지 등... 다양한 선물을 받는 모양입니다.
2
귀(청각): 소녀는 귀가 없습니다. 실제로 뱀은 귀가 퇴화되었고, 지면을 통한 진동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또한 혀를 통한 후각이 굉장히 발달해 냄새를 잘 맡을 수 있습니다. 다만, 요괴라는 영물로 변하면서 힘을 받았기 때문일까요, 자연스레 소리를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청력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소리의 진동과 상대방의 입 모양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대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부른다면 눈치채지 못 할 때가 많으니, 되도록 소녀의 앞에서 불러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분신(뱀): 소녀의 곁에 항상 머물러 있는 뱀입니다. 정확히는 소녀의 분신이네요. 즉, 소녀가 인간의 모습이 아닌 태초의 뱀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저런 모습일 것입니다. 대략 3M가량 되는 길이의 두께는 건장한 성인의 팔 두께 정도 됩니다. 소녀의 자의대로 움직이기에 적의를 드러내는 일은 크게 없지만, 분신의 이빨에는 치명적인 독이 들어있습니다. 이빨을 드러낸다면 되도록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겠네요. 다만, 분신이라고 무작정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신이 다치게 되면 소녀의 상태도 급격히 악화되니까요.
말투 및 어조: 차분하고 조곤조곤 말하는 것이 기본적인 소녀의 말투입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경박스러운 말이나, 반말을 사용하는 모습은 볼 수 없네요. 다양한 이들이 모인 장소가 아니라면, 상대의 이름을 부르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만약 부르더라도 상대방의 성씨를 부르며, 평소에는 '당신', '그대'와 같은 인칭대명사를 사용합니다.
취미: 소녀의 취미는 숲속에 놀러 가 나무에 기대어 한숨 자는 것입니다. 취미라기에는 특이할 법 하지만, 뱀 요괴 나라 안에서 어딜 가든 자신을 숭배하는 이들이 부담스럽고 지쳤던 탓일까요. 그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바람을 느끼는 게 최고의 휴식이자 취미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면 시로사마 섬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이들이 없어 편한 모양입니다.
호: 조금 오래된 것들, 한 마디로 아날로그 식의 물건들을 좋아합니다. 애초에 현대의 물건들은 이제껏 본 적이 없기에 조금 기괴하게 여길 수도 있겠네요. 이 외에는 앞서 언급했던 자연과 동물을 좋아합니다. 동물들을 좋아하는 만큼 동물들은 자신을 경계하기에 조금은 슬픈 경험도 있었지요. 그래도 동물 친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구덩이에 빠져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토끼를 구해준 계기로 친분을 쌓았는걸요. 종종 숲에 토끼 친구를 만나러 놀러 가기도 한답니다.
불호: 소란스러운 것을 그다지 안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평화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편에 속하니까요.


모모코 루루: 모모코씨는 이 곳에 온지 얼마 안 됐을 때, 먼저 말을 걸어주신 정말 친절하신 분이랍니다. 그 후로 자연에도 같이 거닐며, 모모코씨에게 자연의 것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하지요. 그랬더니 어느 날은 모모코씨가 귀여운 그림을 그려서 주는 거 있죠? 고운 마음씨에 감동해서 항상 소중히 여기고는 한답니다. 저도 모모코씨에게 조금이라도 더 해줄 것이 있으면 좋을텐데요.